삶의 지난한 중심부로 내려가기 위한 역설적 등정
2019년은 꽤나 외로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대학 입시로 고배를 맛본 후 매일 공부와 씨름을 하며 홀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매일 스스로를 태웠다. 20살의 나는, 스스로에게 퍽 가혹했고, 매일 더 가혹하려 했다.
8월이었던가, 9월이었던가. 무덥고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쯤으로 기억한다. '수능완성'에서 필연처럼 「내 마음의 옥탑방」을 만났다. 교재에 수록된 2쪽만으로도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나는 곧장 아래 층으로 내려가 도서 검색기에 '내.마.음.의.옥.탑.방.' 7글자를 검색했다. 무려 1999년도 제2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의 옥탑방」은 표면적으로 20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작가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모티브로 사용하여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해 논한다. 이태동 문학평론가는 '철학이 빈곤한 우리 문단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알베르 카뮈는 반복되는 권태 속에 살아야 하고 평등과 모순이 가득한 인간 삶의 조건을 '부조리'하다고 보았다. 카뮈는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고 실존의 삶을 사는 인간원형을 '시지프 신화'에서 발견한다. 시지프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카뮈는 시지프를 부조리함 속에서도 신에 대한 반항을 통해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인간으로 본다. 그리고 삶의 부조리에 순응하는 대신 '반항, 자유, 열정'으로 행복한 시지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레포츠용품 수입업체의 영업 사원인 '나(민수)'는 형의 17층 아파트에 얹혀살며, 매일 백화점의 5,6층에 있는 매장에 가서 영업 실적을 확인해야 하고, 그 결과를 11층에 있는 회사에 올라가 보고해야 한다.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는 지상을 인간의 온갖 속물스러움이 판치는 공간으로 여기며, 지상에 편입되기를 거부한다. 그러던 '나'는 백화점 안내 사원인 주희와 만난다. 화려해 보이는 직업과는 달리 옥탑방에 살고 있던 주희는 관계가 진전되기를 바라는 '나'에게 가난에 찌든 자신의 삶의 공간을 보여 준다. 그녀는 '나'와 달리 그것이 인간적인 타락일지라도 지상의 주민이 되고픈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밝힌다.
- 2019학년도 수능 대비 수능완성 국어, 224쪽 -
민수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신들의 멸시를 오히려 멸시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부단한 용기'가 없다. 주희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해 역설적으로 '옥탑방'을 오르면서도, 민수에게 '오늘'을 살아낼 지혜를 알려준다. 소설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이 문단이다.
우리는 모두 거세당한 시지프들, 산정을 향해 바위를 밀어올리는 불굴의 의지를 상실한 시지프들이었다. 신을 향한 멸시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반항적인 분투가 사라지고, 이제 지상에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멸시가 범람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희망 없는 노동을 투자하여 산정으로 올라가지 않으려 하고, 어느 누구도 도로(徒勞)의 절망을 숙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주어진 형벌의 바위도 부정하고, 지상에 안주하기 위해 인간의 숙명까지 부정하는 가련한 시지프들의 지옥. 내가 무슨 근거로 그녀의 꿈을 멸시했던가.
10대의 나는 거대한, 이룰 수 없는 꿈을 꿨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꿈을 괄시했다. 현실에 순응하고 '지상의 주민이 되어 미물스럽고 속물스런 세계에 안주한' 인간은 하찮다고 생각하며, 운명에 맞서 싸우는 삶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내 마음의 옥탑방」은 오만한 나에게 물었다. 무슨 근거로 그들의 꿈을 멸시했던가?
「내 마음의 옥탑방」은 지상의 세계에서 매일 충실하게 '지금, 오늘'을 살아낸 사람이 '편견과 모순과 아집에 사로잡힌 불행한 시지프'가 아니라 '자기 운명에 당당하게 맞설 줄 아는 행복한 시지프'임을 알려주었다. 불행히도 지금의 나는, '관성으로 살아가고, 관성으로 나이가 들고, 관성으로 세상을 견디는 가련한 시지프'처럼 느껴진다. 내가 꿈을 꾸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이렇게 '부조리'에 순응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나에게, 박상우 작가는 '산정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한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함을 일깨우며, '반항, 자유, 열정'으로 행복한 시지프가 되라고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 당신의 옥탑방에 불을 밝혀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