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화장실 :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위한 화장실 혁명』 - 교육신문
| 빌 게이츠의 고민, 화장실
11월 19일은 유엔이 세계 위생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을 고취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지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World Toilet Day, WTD)'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립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을 창립한 이후,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화장실이 없다면 생기는 어려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기준 78억 명 가운데 42억 명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화장실을, 19억 명이 개선된 화장실을, 5억 8천만 명이 개선되지 않은 화장실을 사용한다. 6억 1800만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보고, 4억 9400만 명이 제한된 화장실을 이용한다.
| 세계보건기구 화장실 구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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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안전하게 관리되는 화장실 분뇨를 안전한 처리 및 폐기 과정으로 투입시키는 위생적인 화장실. 단, 가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가구별 화장실 외에 공용 화장실은 제외한다. ② 개선된 화장실 분뇨를 위생적으로 분리하긴 하지만, 분리된 분뇨를 처리하지 않은 채 강물로 흘려보내거나 주변 환경에 내버려 질병 확산의 위험이 큰 화장실. 단, 가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가구별 화장실 외에 공용 화장실은 제외한다. ③ 제한된 화장실 분뇨를 위생적으로 분리하긴 하지만 가구별 화장실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 써야 하는 공용 화장실.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쓰고 싶을 대 안심하고 쓸 수 없다는 점에서 화장실 사용에 제약이 있다. ④ 개선되지 않은 화장실 분뇨를 위생적으로 분리하지 못하는 화장실. 발판이나 뚜껑이 없는 구덩이 화장실이나 하수도, 정화조에 연결되지 않은 수세식 변기를 포함한다. ⑤ 야외배변 화장실을 쓰지 않고 인적이 드문 들판이나 숲, 강이나 연못, 철로변, 후미진 골목 등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위생·건강의 문제를 비롯한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어려움에 처한다. 분뇨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지하수, 강, 호수 등으로 스며들어 물을 오염시키고, 온갖 병균이 번식하는 온상이 된다. 오염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수(水)처리 시설과 상수도망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오염된 물을 섭취하여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콜레라, 이질, A형 간염, 티푸스, 소아마비 등은 물이 원인이 되어 퍼져나가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수인성 전염병은 흔히 복통,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는데, 이는 갓난아기부터 만 5세 이전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 원인 중 두 번째가 설사를 포함한 전염병이다. 하루에 1,300명, 한 시간에 54명, 1분에 1명. 세계적으로 설사 때문에 사망하는 5세 미만의 어린이는 매년 48만 4천 명에 달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 해마다 5세 이전 어린이 29만 5천 명, 1천 명 중 8명이 설사로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환경이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보고서에 「나의 미래를 오염시키지 마세요(Don't pollute my future)」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화장실의 존재가 여성의 삶을 결정하기도 한다. 인도에는 여성과 어린아이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볼일을 보러 인적이 드문 곳을 가다가 성폭행이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비위생적 환경에서 많은 여성들은 병을 앓는다.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높은 확률로 산모는 심각한 합병증을 앓게 되거나, 산모와 아기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일상적인 생리 현상을 안심하고 처리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성인이 된 여성들 역시 사회와 일터에서 일할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 수세식 화장실의 한계
19세기 중엽부터 대규모 하수도망이 건설되며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위생적이고,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 배설물에 의한 오염과 악취 발생을 막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수세식 변기를 1번 사용할 때 물 6~12L가 이용된다. 1회 물 사용량이 12L인 수세식 변기를 하루에 5번 이용한다면, 무려 물 60L가 버려진다. 물 500ml 120병의 분량이다.
2020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물 사용량 가운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은 하루 207L이다. 207L 중 52%가 욕실에서 사용하는 물이고, 이중 절반 이상인 50L가 수세식 변기에 사용된다.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을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 말리 사람은 8L, 잠비아 사람은 4.5L를 사용한다. 누군가에겐 귀한 자원인 물을 수세식 변기에 쏟아버리는 것이다.
| 화장실 혁명의 선두주자를 공모합니다
빌 게이츠는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물, 위생, 보건 프로그램(Water, Sanitation & Hygiene)을 시작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고자 '혁신적인 화장실 공모전'을 열었다.
| 혁신적인 화장실의 최소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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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인간의 배설물의 세균·미생물을 제거하고 에너지, 깨끗한 물, 영양소 등 귀중한 자원을 회수하는 화장실 ② 상하수 배관망이나 전력망이 없어도 작동하는 화장실 ③ 한 사람이 하루 사용할 때 드는 비용이 5센트(50원) 이하인 화장실 ④ 가난한 지역에서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위생 서비스 및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화장실 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 하는 차세대 화장실 |
| 똥에서 식수와 에너지, 비료를 뽑아내는 옴니프로세서
2014년. '게이츠가 똥을 원료로 만든 물을 마셨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게이츠가 옴니프로세서(Omniprocessor)에서 처리된 물을 마신 것이다.
옴니프로세스는 분뇨를 처리하는 설비로, 인분을 5분 만에 처리하여 식수로 써도 될만큼 깨끗한 물을 만들어낸다. 또한 하수처리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인분을 처리한 후 자원을 뽑아내 에너지를 만들도록 설계되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도 작동된다. 옴니프로세서는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하수 슬러지를 매립지로 옮기는 운송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가 절약되는 등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옴니프로세서라는 최첨단 기계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혁명은 실패했다. 2015년부터 세네갈(Senegal) 수도 다카르(Dakar)에 옴니프로세서 1호가 설치되었지만, 그 이후로 2호, 3호의 설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옴니프로세서를 살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루에 10만 명의 분뇨를 처리하는 기계에 분뇨를 운반해올 방법이 없다면, 이 기능은 무용지물이 된다. 개발도상국의 도시빈민 지역이나 농촌 지역에는 분뇨를 운반할 하수도·도로·교통편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적절한 비용을 들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즉 적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 지속가능한 화장실을 찾아서
개발도상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혁신적인 화장실의 최소 기준'에 맞는 생태 순환 화장실이 보급되고 있다. 생태 순환 화장실은 분뇨가 버려지지 않고 생태 속에서 순환되도록 하며, 지역의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또한 분뇨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소득원을 만드는 방안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하나의 성공적 사례인 '피푸백(Peepoo bag)'은 비닐봉지처럼 생겼지만 분뇨을 비료로 전환할 수 있는 친환경 화장실이다. 피푸백에는 요소 분말이 들어 있어 배설물을 넣은 뒤 보름이나 한 달쯤 지나면 모든 병균이 제거되며, 자연에서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후 24시간 이후부터 오물과 함께 비료화된다. 또한 피푸백은 소득원이 되어, 주민들은 피푸백 보급원이나 수집소 관리인으로 일하며 소득을 얻고, 농민은 분뇨가 든 피푸백을 싼값에 사들여 퇴비로 사용한다.
책이 출간된 이후, 2022년에는 삼성이 게이츠 재단과 협력하여 신개념 화장실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게이츠 재단은 앞으로 신개념 화장실 양산을 위한 효율화 과정을 거쳐 하수시설이 없거나 열악하고 물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화장실 :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위한 화장실 혁명』의 저자는 화장실 혁명의 핵심이 뛰어난 기술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어느 곳에서나 적용가능한 유동성에 있다고 본다. 저자는 화장실 문제가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지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임을 지적하며,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글을 맺는다.
화장실 혁명은 환경 혁명이고 자원 혁명이다. …(중략)… 인간의 건강을 보호할 뿐 아니라, 환경을 더럽히지 않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