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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글 · 서평

『행복의 기원』

『행복의 기원』 - 교육신문

|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모든 것이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품고 있다는 목적론(Telelogy)을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행복이 최고의 선(Summum bonum)이라는 기초 위에 현재의 행복 연구가 세워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행위는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견해와 사실은 명확히 다르듯이.

저자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기본적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 Tech)의 물리학자 캐럴(Carroll)의 표현대로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는 우주(Pointlesss Universe)'에서 살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야만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우주의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에 KO 펀치를 날린 것이 다윈의 진화론이다. 다윈의 진화론 연구의 핵심은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가 2000년에 출간한 『메이팅 마인드(Mating Mind)』에서는 인간의 마음은 정말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에 주목한다. 밀러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도구'일 뿐이다.

피카소와 바흐의 예술 행위는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창의적 노력에 담긴 본질적 의미나 목적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본인조차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상당 부분은 짝짓기를 위함이다. 이것이 밀러를 비롯한 최근 진화심리학자들이 내놓은 파격적 대답이며, 현재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다.

"먹고 자고 사랑할 때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 결국은 생존을 위해서다. 행복, 즉 쾌감을 느껴야만, 혹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인간은 먹고 자고 사랑하는 데 몰두한다. 이 관점으로 보자면 행복은 삶의 최종 이유도 목적도 아니다.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68~69쪽)

| 결국은 사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그래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치르는 가장 성대한 의식들은 사람과의 만남(결혼, 탄생) 혹은 이별(장례)을 위한 것이다.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카고대학의 카시오포(Cacioppo) 교수 팀의 오랜 연구에 의하면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은 사고나 암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교수는 최근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뇌는 '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설계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다(Social to the core)'라는 표현을 썼다. 옥스퍼드대학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의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오랜 진화 과정 중 어떤 큰 변화가 호모 사피엔스의 뇌 발달에 기여했을가? 인간의 뇌가 급격히 커진 시기는 함께 생활하던 집단의 크기가 팽창할 때와 맞물려 있다. 이처럼 인간의 뇌를 성장시킨 기폭제는 타인의 존재였다는 것이 최근 널리 각광받는 던바 교수의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의 핵심이다.

저자는 지난 40년간 과학적 연구를 통해 행복해 대해 많은 사실을 연구하며, 행복에 관해 두 가지 결론을 내린다. 첫째, 행복은 객관적 삶에 조건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은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였던 오컴(Ockham)의 이름에서 탄생한 용어로,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들은 면도날로 베어낼 필요가 있다는 권고로 쓰인다. 최근 심리학에 등장한 진화생물학적 견해는 이 날카로운 면도날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의 피라미드'는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아래 단계의 생리적 욕구들(식욕 등)이 채워져야 보다 고차원적인 상위 욕구(자아 성취 등)에 관심이 생긴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아 성취를 한다는 것이 최근 진화심리학적이 설명이다.

자아 성취와 마찬가지로 행복에 대한 논의들은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Happy life)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Good life)'을 말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도 오컴의 날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가치(Value)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다.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쾌락적 즐거움이 그 중심에 있다. 쾌락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것을 뒷전에 두고 행복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86쪽)

|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저자의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다. 그리고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행복의 행심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 뇌가 여전히 가장 즐거워 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 내면 행복은 결국 이 사진 한 장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191~192쪽)

  • 저자 서은국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에서 행복 분야 권위자인 에드 디너(Ed Diener) 교수의 지도를 받고,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4년 뒤 이 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받았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용되는 행복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특히 행복과 문화 차가 전문 분야다. 그의 논문들은 OECD 행복 측정 보고서에 참고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세계 100인의 행복 학자’에 선정되어 『세상의 모든 행복(World Book of Happiness)』에 기고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행복의 과학’이라는 저자의 강의는 “이 수업을 들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강 대기자가 700명을 넘는다. 최근에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 강연 등을 통해 행복에 대한 ‘차가운’ 사실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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