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의가 던지는 질문
-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 — 과거의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왜 역사가들은 끊임없이 새 책을 쓰는가?
- 같은 사실(예: 석유)을 두고 왜 서로 다른 이야기가 가능한가? 누가 이야기의 주인공(protagonist) 인가?
- 역사 서사는 왜 공적(public) 인가?
- 에너지사(energy history)란 무엇인가? 에너지사의 주인공은 누구/무엇인가?
- 왜 근대사에서 에너지가 중요한가? 1800년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역사학은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논쟁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가?
2. 흐름 한눈에 보기
- 역사 =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E.H. Carr) → 역사 쓰기는 과거의 '점'을 골라 '새로운 서사'로 잇는 방법
- 사례: 석유사 — '번영의 서사'에서 '환경 피해의 서사'로, 같은 사실·다른 서사
- 게임의 규칙: 객관성과 정의(사료 비판), 주인공 선택, 역사 서사의 공공성
- 에너지사의 주인공 = 에너지 시스템(자원·추출·변환·운송·소비·서비스 + 제도·행위자·환경)
- 왜 에너지인가: 1800~1970년 유럽 1인당 에너지 소비의 전례 없는 팽창, 근대의 대전환과의 연결
- 역사는 예측이 아니라 에너지 미래 논쟁의 '조건'을 교정한다 → 학기 전체의 출발 질문
3. 핵심 내용
(1) 역사의 본질: 현재와 과거의 대화
- E.H. Carr,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1961):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끝없는 대화(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 "역사를 한다(doing history)" 는 것 = 과거에 대한 새로운 서사(new narratives) 를 만드는 방법. 학문으로서의 역사(history as a discipline)는 그 서사를 다루는 전문적 체계(professional system).
- 두 핵심어: "새로운(New)" 과 "서사(Narrative)".
- 과거의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역사가는 계속 새 책을 쓴다.
- 현재의 조건과 필요가 과거에서 점(dots)을 선택하고, 그것을 이어 이야기로 만든다.
(2) 과거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 석유사의 예
- 질문: "석유의 역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 같은 사건이라도 중심 서사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 예: 번영의 서사 — "우리나라가 석유를 도입했고, 그것이 나라를 번영시켰다."
- 이 서사를 위해 고르는 점들: 최초의 석유 도입 → 정유소 건설 → 고속도로 건설 → 경제 성장
- 사실은 동일하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이 과거의 서사를 바꾼다.
- 석유 서사(Petroleum Narrative)의 전환
| 전통적 서사 (기후위기 이전) | 현재의 서사 (기후위기 속) | |
|---|---|---|
| 핵심 | 번영으로서의 석유(Oil as Prosperity) | 환경 피해로서의 석유(Oil as Environmental Harm) |
| 내용 | 대량생산, 중산층의 탄생, 근대적 풍요 | CO2 축적, 기업의 책임 회피(corporate evasion), 지속 불가능성 |
(3) 이 게임의 규칙: 객관성과 정의
- 다시 Carr: 역사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지속적 상호작용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
- 즉 서사는 자유롭게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facts) 과의 긴장 속에서 만들어진다.
- 사료 비판(Source Criticism): 슬라이드에 레오폴트 폰 랑케(Leopold von Ranke)의 인용문 이미지가 제시됨. 근대 역사학이 사료 비판을 통해 객관성을 추구해 온 전통을 상기시키는 장치로 보인다. (보충)
(4) 주인공 고르기(Choosing Protagonists)
- "당신의 서사 중심에는 누가 있는가?" — 같은 역사도 주인공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 분야별 주인공
- 정치사(Political History): 왕, 군인, 정치가
- 사회사(Social History): 노동자, 평범한 시민
- 환경사(Environmental History):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ctors)
- 기술사(History of Technology): 기술적 인공물, 엔지니어, 과학자
- 에너지사(Energy History): 에너지 시스템(energy systems)
(5) 역사 서사는 왜 공적인가
- 현재를 설명(Explaining the Present): 공동체의 현재 상태를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규정한다.
- 정당성 부여(Granting Legitimacy): 과거의 선례를 통해 공동체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 사회적 행동(Social Action): 역사 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사회적 행위다.
(6) 에너지사란 무엇인가: 주인공으로서의 에너지 시스템
- 에너지사의 '주인공' 후보: 에너지 자원, 기술,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가, 정치가, 소비자, 활동가, 환경… → 이들을 묶는 개념으로 "에너지 시스템(energy system)" 또는 "에너지 체제(energy regime)" 를 제안.
- 에너지 시스템이란?
- 흐름: 에너지 자원(석탄·석유·바이오매스·바람·물) → 추출/생산(채굴·시추·수확·발전) → 변환(증기기관·정유소·발전소) → 운송/분배(철도·파이프라인·유조선·전력망) → 소비(공장·교통·가정·농업) → 에너지 서비스(열·빛·운동·통신)
- 시스템 맥락(system context): 기술, 인프라, 노동, 기업, 국가, 시장, 소비자, 환경 —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만드는 제도·행위자·환경.
- 핵심 명제: "에너지원은 에너지 시스템이 아니다(An energy source is not an energy system)." 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가 생산·이동·변환·사용되는 사회적·기술적 조직이다.
(7) 에너지 시스템이 바뀌면 무엇이 바뀌는가
| 영역 | 묻는 질문 |
|---|---|
| 생산(Production) | 어디서 생산할 수 있나? 얼마나 생산할 수 있나? 노동은 어떻게 조직·통제되나? |
| 공간(Space) | 사람과 물자가 얼마나 멀리·빨리 움직이나? 어떤 장소가 연결되나? 어떤 도시·정주가 가능해지나? |
| 권력관계(Power Relations) | 누가 에너지 생산·분배를 통제하나? 누가 누구에게 의존하나? 에너지 흐름은 어디서 끊길 수 있나? |
| 일상생활(Everyday Life) |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이동하나? 집을 어떻게 데우고 밝히고 꾸리나? 어떤 소비가 '정상'이 되나? |
- 결론: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는 사회적 삶의 가능성과 제약을 재조직한다 — 그리고 중요하게도 비인간(nonhumans) 의 삶도.
(8) 왜 에너지인가: 근대사에서의 중요성
- 근거 자료: Kander, Malanima & Warde, Power to the People, fig. 1.1 — 유럽 1500~2008년 1인당 에너지 소비
- 1500~1800: 1인당 에너지 소비의 증가가 제한적. 경제는 전통적 에너지원에 크게 의존.
- 1800~1970: 전례 없는 에너지 사용의 팽창.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와 함께 진행.
- 1970년 이후: 유럽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대체로 안정. 경제 성장은 에너지 사용과 다른 관계 속에서 계속됨.
- 근대는 에너지 사용의 규모와 조직이 비상하게 변한 시대이기도 하다.
(9) 1800년 이후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수업의 틀
- 이 수업은 에너지가 근대 세계의 주요 변환들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묻는다.
- 네 묶음: 산업 자본주의(Industrial Capitalism) — 산업화·자본주의·노동 / 과학과 기술 / 제국과 세계시장(Empire and Global Markets) — 제국·전쟁 / 국가와 제도 / 그리고 새로운 노동·소비 형태, 소비, 환경.
- 학기의 출발 질문: "변화하는 에너지 시스템은 근대 서양사를 어떻게 재편했는가?"
(10) 역사학은 에너지 전환 논쟁에 무엇을 더하는가
- 전제를 드러내기(Surfacing Assumptions):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많은 주장은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검토되지 않은 가정에 기대 있다 — 전환은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가, 경험이 쌓이면 비용은 떨어지는가, 규제가 가격에 무엇을 했는가. 역사는 이 가정들을 보이게, 검증 가능하게 만든다.
- 교착상태 해부(Anatomizing Deadlock): 현재의 제도·규칙·시장 구조는 각기 특정 시점의 특정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설계되었다. 그 기원을 재구성하면 아직 필요한 것과 단지 지속되고 있을 뿐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
- 선택지 넓히기(Widening the Option Set): 현재의 배치가 다르게 될 수도 있었던 경합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면, 지금 논쟁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대안들이 복원된다.
- 결론: "역사는 예측하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 결정이 내려지는 조건(terms)을 교정한다."
4. 핵심 개념·용어
| 용어 | 뜻 | 이 강의에서의 의미 |
|---|---|---|
| 서사(narrative) | 사실들을 선택·연결해 만든 이야기 | 역사 쓰기의 본질. 현재의 필요가 과거의 점을 골라 잇는다 |
| 역사를 한다(doing history) | 과거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방법 | 역사학 = 그 서사를 다루는 전문 체계 |
| 석유 서사(petroleum narrative) | 석유를 둘러싼 지배적 이야기 | 번영의 서사 → 기후위기 속 환경 피해의 서사 |
| 사료 비판(source criticism) | 사료의 진위·신뢰성 검토 | 서사의 자유를 제약하는 객관성의 규칙 |
| 주인공(protagonist) | 서사의 중심 행위자 | 분야마다 다름. 에너지사의 주인공은 에너지 시스템 |
|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ctors) | 인간 외의 역사 행위자 | 환경사의 주인공. 에너지 시스템 변화는 비인간에게도 영향 |
| 에너지 시스템(energy system) | 에너지가 생산·이동·변환·사용되는 사회적·기술적 조직 | 학기 전체의 분석 틀. "에너지원 ≠ 에너지 시스템" |
| 에너지 체제(energy regime) | 한 사회를 지배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형태 | 에너지 시스템과 함께 제시된 주인공 후보 개념 |
| 에너지 서비스(energy services) | 사람이 실제로 원하는 열·빛·운동·통신 | 에너지 흐름의 최종 목적지 |
|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 한 에너지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의 이행 | 역사학이 그 전제를 교정할 수 있는 현재의 논쟁 |
5. 등장 학자·문헌
| 저자 | 저작 | 주장 한 줄 |
|---|---|---|
| E.H. Carr |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1961) |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 상호작용,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 |
| Leopold von Ranke | (슬라이드 '사료 비판'에 인용문 이미지) | 역사에 '판단'의 직무가 부여되어 왔다는 인용문을 제시 — 사료 비판·객관성 전통의 상징 (이미지 설명만 확인) |
| Astrid Kander, Paolo Malanima & Paul Warde | Power to the People, fig. 1.1 | 유럽 1인당 에너지 소비: 1500~1800 정체, 1800~1970 급증, 1970 이후 안정 |
6. 다른 강의와의 연결
- 여기서 제시된 에너지 시스템 도식(자원→추출→변환→운송→소비→서비스 + 시스템 맥락)은 1-2(에너지 전환), 2-1(산업화 이전), 2-2(식민화) 등 이후 모든 강의의 공통 분석 틀이다.
- 석유 서사의 전환(번영 ↔ 환경 피해)은 7-1 등유, 7-2 가솔린 강의에서 구체 사례로 다시 등장할 문제의식이며, Kander 외의 1인당 에너지 그래프는 2-1의 '1500~1800 정체 속 팽창' 퍼즐과 3-1(맬서스·석탄·대분기)로 이어진다.
7. 생각해 볼 질문
- Carr의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관점에서, 기후위기라는 '현재'는 석유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쓰게 만드는가? 이 재서술은 객관성의 규칙(사료 비판)과 어떻게 양립하는가?
- 같은 사건(예: 한국의 산업화)을 정치사·사회사·환경사·에너지사의 주인공으로 각각 서술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에너지원은 에너지 시스템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석탄·석유의 역사를 쓰는 방식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가?
- 역사 서사가 '공동체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에너지 정책 논쟁에서 역사 서사는 어떻게 동원될 수 있는가? 그 위험은 무엇인가?
- "역사는 예측하지 않고 결정의 조건을 교정한다"는 주장을 오늘날 에너지 전환 논쟁의 구체적 가정(전환 속도, 비용 하락 등) 하나를 골라 검토해 보라.